▲ 김정태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담당관

[People] “국제기구진출.. 스펙 말고 스토리 준비하라”

김정태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담당관 인터뷰


[아시아경제 최기성 대학생명예기자]“유엔 인터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요.”, “국제기구에 관심 많은 중학생입니다. 조언을 부탁드려요.”
'The UN Today.com(http://untoday.tistory.com)'에는 매일 국제기구와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올라온다. 블로그 운영자인 ‘단호비전’은 이런 물음에 상세한 답변을 달아준다. 최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에서 ‘단호비전’ 김정태 홍보담당관을 만나봤다.


-정확하게 하는 일이 뭔가요
▲사무소는 한국에 있지만 세계전역에서 활동합니다. 국내에서 유엔을 홍보하고 역량지원 사업으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세미나와 워크숍을 많이 열죠. 얼마 전에는 부탄에 가서 우리나라의 이민국출입시스템을 교육했어요.

-어려서부터 꿈이 국제기구 진출이었습니까
▲아니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학부 시절에는 한국사를 전공했죠.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중국에 갔습니다. 연수 3개월 만에 사스가 터져서 학교가 문을 닫았어요. 그대로 한국에 가기 억울해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그때 많은 걸 느끼면서 국제 활동에 관심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죠.

-그 후에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전공을 바꿔 국제대학원에 들어갔습니다. 영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6개월 동안 미국 뉴욕에서 연수도 했고요. 유엔은 미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는 수준의 영어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문서를 작성하고 업무처리 하는 데 필요한 영어만 확실히 익히면 문제가 없어요. 영어공부는 중요합니다. 영어를 못해서 발목 잡힌 후배도 여러 명 봤고요.

-영어 외에는 뭐가 중요한가요
▲글을 쓰는 능력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글로 반영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죠. 글은 모든 일의 기본입니다. 기술이나 전공의 차이는 크게 없어요. 경영학 전공이라고 꼭 CEO가 되라는 법은 없습니다.

-채용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일반적으로 서류를 통과하면 역량 중심 면접을 봅니다. 역량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을 뜻합니다. 그래서 면접에서는 미래형 질문이 아니라 과거형 질문을 주로 합니다. 과거를 보면 미래를 알 수 있으니까요. 자격증, 어학 점수 보다는 어떤 일을 왜 했는지가 중요하죠.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경쟁률은 얼마나 되나요
▲산술적으로 얼마다 얘기하기는 곤란하지만, 자리가 별로 없어서 높은 편입니다. 고용시장 자체가 좁아서 경쟁률을 말하기가 어렵네요.

-한국 학생만의 강점은 뭘까요
▲짧은 시간에 결과를 잘 내죠. 한국학생은 시간을 주고 여러 업무를 줘도 동시에 일을 끝냅니다. 그에 비하면 유엔은 시행속도가 느립니다. 시간 계획할 때도 하나가 끝나야 다음 일을 시작하는 식으로 짜니까요. 어떻게 보면 한국학생들의 속도는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장점으로 보고 싶네요.

-반면에 단점을 꼽아보시자면요
▲다양성 존중이 잘 안 됩니다. 말로는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잘 못하죠.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 때문에 편견을 가지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내 속도가 빠르더라도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팀워크라는 건 다양성의 존중에서 나옵니다. 사실 저도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아직 많이 부족해요.

-외국과 우리의 환경이 많이 다릅니까
▲예를 들면 방콕은 자리가 참 많아요. 국제기구만 20개 정도 있고, 유엔의 중심지이기도 하니까요. 한국은 1991년에 유엔에 가입해서 후발주자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 기구가 설립될 때 우리는 유치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제가 하는 일이 세계의 흐름과 연관된다는 점이죠. 직접 만든 세미나, 프로그램이 세계에 영향을 주니까요. 시키는 것만 해서 부속품처럼 일하는 대기업에서는 느낄 수 없죠. 유엔에서는 내손으로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국제기구를 꿈꾸는 학생에게 한마디 남겨주세요
▲국제기구가 목표가 되면 안 됩니다. 직과 업을 구분하세요. 직이라는 것은 앉은 자리일 뿐입니다. 나이가 들어 퇴직하면 끝이죠. 업은 평생 가져갈 가치입니다. 자신의 업을 확인하고 그에 매진하면 길이 생깁니다. 업을 모르면 직에 인생을 걸죠. 보수 때문에 직에 따라 이직하면 인생도 오락가락합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게 유엔에 들어가고 싶은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어느 국제기구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국제분쟁의 해결사가 되겠다, 홍보 전문가가 되겠다,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 홍보관은 대학생이 주축이 돼서 만든 사회적 출판사 ‘에딧더월드’의 일도 돕고 있다. 국내 출판사가 잘 실어주지 않는 국제활동 관련 내용을 담은 책을 두 권 발간했다. 1년이 안 됐는데 벌써 2500권이 팔렸다.

그는 “한국 젊은이들의 잠재력은 세계에 내놔도 뒤지지 않습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게 문제죠. 블로그를 운영하고 출판을 돕는 이유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예요. 후배들은 단순히 저를 따르는 ‘팔로워’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파트너’라고 믿는 까닭이죠”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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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명예기자 1기] 최기성 cksks7@naver.com 숭실대학교 정치외교/언론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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