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거버넌스 김정태


대학 시절 내놓을 만한 스펙은 갖추지 않았지만, 무궁무진한 스토리는 누구보다 많았기에 명확한 소명의식을 갖고 유엔 거버넌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김정태 홍보담당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대학원생일 때 대기업, 공공기관, NGO에서 인턴으로 일을 해보며 ‘이 기관이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그는 결국 공공이익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단체가 적성에 맞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대학 졸업 후 그의 이력서에는 남들처럼 자랑할 만한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취업의 관문’ 앞에선 그도 여느 청년들처럼 좌절도 맛보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스토리가 가득한 그의 이야기가 통했다. 본인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6살 때부터였다. 결코 늦은 시기가 아니었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유엔본부에서 인턴십을 마친 뒤 어느 NGO 단체에서 일하던 중 후배의 도움으로 유엔 거버넌스 직원 모집 공고를 접했고, 우연찮게 알게 된 그 기회를 그는 확실히 잡았다.


“꼭 유엔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NO.”라고 대답하는 그. 그는 만나는 대학생들마다 ‘직(職)’과 ‘업(業)’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에게 유엔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하나의 ‘직’일 뿐이지, 유엔 그 자체가 목적이고 ‘업’일 수 없다는 것. 많은 젊은이들이 눈에 보이는 ‘직’에만 초점을 맞추고 매달리기에 자신의 ‘업’이 무엇인지, 즉 자신의 미션과 이루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는 데 소홀해지기 마련이라며, 먼저 자신의 ‘업’을 분명히 알면 ‘직’은 따라오게 된다는 주장은 그의 삶의 경험이 증명하고 있었다.


대개의 학생들은 ‘유엔’ 하면 ‘외교관, 근사한 국제회의, 멋진 사무실’ 등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들은 실제로 일해 보면 금방 깨진다. 유엔도 하나의 조직이기에, 여느 조직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지역·언어·종교·국민성 등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같은 업무를 하기에 ‘소통의 한계’가 늘 존재하지만, 근무하면서 그가 느낀 건,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국가기관이든 NGO든 유엔이든, 결국 그곳을 통해 누구에게 서비스를 주고 있고, 누구를 ‘왜?’ 섬기고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사람 사이에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것이 많아지면 결국 그 조직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엔 거버넌스 센터는 governance가 왜 중요한지를 전 세계 유엔 회원국 192개국에 전파하고 있다. 이전에는 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을 독점했기에 일방적인 하향식 명령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government식 통치구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이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제기구, NGO, 학계 등 시민사회가 국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참여하고 활동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더 나아가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이하여 현대사회는 개개인이 하나의 주체가 되는 시대로 시대정신이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그는, 자신의 홍보업무에서부터 거버넌스의 체제를 실행하고 경험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한 예로, 지난 10월 23일 이화여대에서 열렸던 ‘유엔의 날’ 기념행사 준비를 청년 홍보위원들에게 맡겼지만 행사 전날까지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다. 거버먼트식 체제를 고수했더라면, 그는 홍보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닦달을 하거나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자신이 직접 손을 대야 했다. 하지만 그는 기다렸다. 자신의 삶 한 부분부터 거버넌스 체제를 시도하고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가 ‘신뢰’를 갖고 끝까지 학생들을 기다려준 결과, 행사는 어느새 학생들 모두의 일이 되었고, 각자 주인의식을 갖고 준비한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성공적이었다. 더욱이 ‘중간고사 기간이라 1~2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신기하게 이것이 유엔 거버넌스의 일이나 홍보담당관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 행복했다’고 전화하는 홍보위원들의 말에 가슴이 뿌듯하기도 했다.


이것은 하나의 작은 예일 뿐이지만, 거버넌스는 UN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이제 시대는 명령·통제형의 카리스마적 리더보다 모두를 주인으로 만드는, 모두를 리더로 만드는 공존의 리더십을 갖춘 리더를 필요로 하기에 대학생들의 동아리든, 팀 프로젝트든, 회사든, 국가정책결정 기관이든 모든 곳에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했을 때만 해도 이력서가 없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읽었던 700여 권의 책과 방학 때마다 다녔던 해외 배낭여행, 그리고 그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만이 가졌던 문제의식들이 훗날 국제활동을 하는 데 엄청난 자산이 되었고, 지금도 책을 집필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영리의 관점에서만 보았기에 놓쳤던 것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그는 출판사 ‘EDIT THE WORLD’ 대표로서 ‘청년의 잠재적 역량 개발’을 목표로 100여 명의 일반 학생을 저자 및 역자로 데뷔할 수 있게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이미 35명의 대학생들이 저자 및 역자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이 중엔 대학생 새내기도 있다고 한다.


공공이익의 증진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신나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그는 오늘도 대학생들에게 이력서 중심의 대학생활보다 정말 중요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 그것을 향해 달려나가길 조언한다.

 

* UN 거버넌스 센터 United Nations Project Office on Governance

유엔 거버넌스 센터는 유엔사무국 직속기관으로, 192개 유엔 회원국의 거버넌스 역량 증진을 돕기 위해 2006년에 설립되었으며, 회원국간 거버넌스 관련 우수 사례 공유, 연구 조사, 교육 훈련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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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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