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1 반동안 함께 근무했던 로버트가 한국 근무를 마치고, 다시 새롭게 뉴욕의 UNIDO(유엔산업개발기구) 연락사무소로 떠나는 날. 나이는 나보다 1살 많지만, 내가 배울 게 너무 많았던 선배였다. 필리핀 출신으로 어찌나 영문 글을 잘 썼던지 우리 원장님은 "로버트가 가져다 준 영문기획서는 그냥 보지도 않고 통과한다"고 여러차례 자랑하셨던 적도 있다. 내가 영문기획서나 글을 가지고 가면, 내 자존심을 구기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원문이 더 빛나는 방향으로 고민해 고쳐주고, 조언해주던 기억이 눈에 선하다.

힘든 점들, 여러 이야기들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던 그. 너무 고마운 게 많아서, 어차피 공항에 함께 가진 못하지만(부인이 한국에 와서 있다가 함께 출국했다), 공항버스 타기 전까지는 배웅하고 싶어 새벽에 집을 나섰다. 새벽 4.. 공덕역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에서, 유독 매서운 겨울날씨(오늘 기록적인 영하 20도였다고 한다) 속에서 우리는 함께 했다. 버스전광판에 '6015'버스가 얼마 후에 도착하는 지 표시되는데, 20.. 10.. 5.. 그러다가 계속 2분에서 멈춘 채 바뀌질 않았다. 분이 표시될 때마다 '5!' 2!' 외치는 우리 모습이 마치 '새해 첫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고 이야기하니 로버트가 크게 웃었다. 버스가 도착하고, 잠깐 짐을 옮겨준 다음에 로버트의 포옹을 받으며, 그를 떠나보냈다. Robert de Jesus! 함께 한 시간들 속에 당신 같은 유엔직원을 알게 되어 너무 행복했어요. 함께 코트디부아르, 필리핀 출장을 가서, 나눴던 이야기들, 배려들 정말 고맙습니다. 조만간 뉴욕에서 봐요. :)

 

#2  덕분에 사무실에 도착하니 새벽 510. 엄청 많이 남은 시간, 그리고 너무 추워서, 그 시간에 컵라면을 먹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시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밀렸던 이메일을 쓰고, 뉴스를 보다가, 책을 읽고.. 밖의 창에는 어두움이 물러가고 있었다.

 

#3  오늘은 부산에 출장이 있어 내려왔다. 가온누리가 주최하는 '글로벌아카데미'에 유엔거버넌스센터도 후원과 세션주최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한 후배와 만났다. 조촐한 도시락이었지만 함께 저녁식사를 했고, 이 친구는 내게 복조리를 선물로 주면서, 은행에서 찾아왔다면 신권 천원짜리 지폐를 3장 넣어주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그 친구의 정성에 감사하며 받았다. 내게 이메일을 보내고, 직접 만나길 원하는 이런 적극적인 후배들에게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노란색 점퍼가 유난히 잘 어울렸던 후배의 대학 4년 생활에 활기와,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나누는 리더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4 내일 모의유엔 회의는 Open Space Technology(OST)라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국내 또는 세계에서 이런 방법으로 모의유엔(MDG)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아마 처음일 듯 하다. 작년말에 수강했던 'OST 국제프랙티셔너 자격증과정'에서 직접 경험했던 '최고의 개인 창발형상'을 모의유엔에 접목을 시켰고, 이번에 이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동의를 하고 수용해서, 내일 드디어 진행하게 된다. 잠깐 리허설을 해봤고, 이제 150명을 대상으로, 아무런 아젠다도 없이, 어떤 구조도 없이, 개개인에게 이미 잠재된 실마리를 찾아나서는, 흥미진진한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의 결과를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방법이 궁금한 분들은 '셀프오거나이징'이란 번역서를 참조해봐도 좋다. 예전, 복잡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쭉 읽어나갔던 적이 있는데, 그때 발견한 '혼돈의 가장자리를 통한 의도적인 무질서 조성을 통해, 자유로운 창의성의 조직화'에 대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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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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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ww.crosstherborder.co.kr BlogIcon JuhernKim 2011.01.13 14:12 신고

    아, 로버트씨가 가셨군요.ㅜㅜ 인사도 못했네요. 잠깐이었지만, 참 매너 좋은 분 같았어요. 새벽 4시에 버스를 타러 나온 로버트나 그 시간에 배웅을 나간 팀장님이나 참 대단하십니다.ㅎㅎ잘 읽었습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Heejin 2011.01.15 17:52 신고

    1년은 더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로버트 생각보다 일찍 가셨네요...정말 너무 좋은 분이셨는데 인사도 못 드리고 가셔서..메일이라도 보내봐야 겠어요^^ 홍보관님도 추운데 감기 조심하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희진 드림

    • addr | edit/del Favicon of http://www.theuntoday.com BlogIcon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2011.01.17 17:29 신고

      희진씨 반가워요~^^ 논문 등은 잘 마무리하고 있지요? 저번에 김도환씨 용산에서 보고 정말 반가웠었는데, 다음주 화요일 '적정기술포럼'에 관심있으면 한번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