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근무 경험 4인의 조언

“유엔 본부 복도 한가운데서 반기문 사무총장님과 마주쳤어요. 저도 모르게 ‘우와’ 소리를 질렀죠.”

최근 경희대에서 열린 ‘유엔과 국제 활동 정보센터(ICUNIA)’ 정기모임. 이재현 씨(22·경희대 국제학부)가 유엔 본부 공보국 인턴 경험을 들려주자 200여 명의 학생은 숨소리를 낮추고 강연을 경청했다.

영어 실력으로 무장한 2030세대 사이에서는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려 국제기구 등 공공분야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회 초년생이 국제기구에 도전하려면 국제기구나 비정부기구(NGO) 인턴십,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유엔국가별경쟁시험(NCRE) 등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 홍보 담당관인 김정태 씨(32)는 어학연수 6개월이 외국생활의 전부인 토종파이지만 2006년 7월부터 6개월간 유엔 본부에서 인턴을 했고 지난해 UNPOG에 정식 채용됐다. 김 씨는 인턴십을 국제무대 진출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적극 활용하라고 권유했다. 그는 “인턴십을 통해 국제기구 일이 내게 맞는지를 알 수 있고 인맥 구축, 전문 영어 습득이 가능하다”고 장점을 소개했다.

JPO 시험을 통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3년간 일하고 돌아온 박재현 법무부 사무관(35)은 “국제무대에 진출하면 경쟁자는 한국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고시 공부하듯 틀에 박힌 공부로는 유엔 내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2년 JPO 시험에 합격해 UNHCR 스리랑카, 우간다 사무소에서 근무했고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2007년 법무부 개방형 공무원에 채용됐다. 대학생 때부터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활동했고 대학생 신분으로 중국에서 탈북자를 인터뷰해 ‘북한 꽃제비’를 알리는 데도 기여한 박 씨는 “여행을 하든 시민단체에서 일하든, 관심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엔 사무국 법률실(Office of Legal Affairs)에서 근무하는 이재성 씨(33)는 2007년 11월 NCRE에 합격했고 지난해 4월 근무를 시작했다. NCRE는 유엔 분담금 부담액에 비례해 직원 수가 적은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공채 시험이다. 모집분야는 경제, 법률, 사서, 출판, 라디오 프로듀서, 안전, 통계 등이며 매년 부서별 인력 수요에 따라 인원이 조정된다. 그는 “출제 내용이 광범위한데 전공(법학)과 경력(육군사관학교 전임강사)이 현재 업무인 국제법 보급과 연관성이 높아 유리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 근무는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채용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외국을 떠돌아 다녀야 할 가능성도 높다. NCRE의 경우 응시부터 실제 채용까지 평균 2년 정도 소요된다. 유엔 인턴십은 무급이지만 경희대 서강대 이화여대 등 국내 대학과 외교통상부, 여성부에서 마련한 인턴십 프로그램에서는 체재비를 지원한다. 직접 지원하려면 유엔 인턴십 안내 사이트(www.un.org/Depts/OHRM/sds/internsh/index)나 외교부 국제기구 채용사이트(www.unrecruit.go.kr)에서 모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내년부터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대폭 늘린다. 유엔아동기금(UNICEF) 총재 고문까지 오른 ‘유엔 진출 1세대’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68)는 “ODA 규모 확대처럼 개발도상국에 돈이 흘러들어가는 기회를 노려보라”고 주문하며 “NGO 등을 통한 현장 경험, 영어, 글쓰기, 회의주재 능력 등 어떤 특기라도 좋으니 한 분야에서 A+ 실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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