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은 어떤 한 해가 되었으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오늘 묵상한 야곱의 삶을 통해 세상의 분주한 엘리베이터를 타고자 목숨거는 또다른 한 해가 아니라,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하늘 사닥다리'를 통해 한걸음 한땀 한번 한차례 한숨씩, 과정을 즐기며 나아가길 소원합니다.

분주한 엘리베이터이 일단 몸을 맡기면 빨리 목적지에 올라가는 듯 싶지만, 오히려 그 다음에 텅텅 빈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이 우아하게, 총알같이 앞질러 자신이 원하던 목적지에 도착하던 것을 무척 많이 경험했습니다.

늦어도 좋습니다. 빨리 탄다고 꼭 빨리 도착하는 게 인생이 아닐 듯 합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어디이며, 내가 왜 타는 지를 모르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것만큼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도 없을 테니까요.

2012년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합니다.
다사다단했던 2011년을 넘기고, 아마도 더 다사다난할 2012년 앞에
개개인의 삶의 영성은 더욱 견고하게 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2012년 새로운 포스팅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제가 올해 <복음과 상황>에 쓴 글을 2011년 송구영신을 밎이하는 기쁨으로 이곳에 재게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김정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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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을 넘어 ‘업’(業)을 발견하기
[237호 특집 출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 분주한 엘리베이터 vs. 하늘 사닥다리
[237호] 2010년 06월 25일 (금) 15:21:51 김정태 danhovision@hanmail.net

우리 회사에는 엘리베이터가 6대 있다. 건물은 18층이고 내 사무실은 17층이다. 거의 오전 9시에 맞춰 출근하는 내겐 엘리베이터가 매일매일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문이 닫히는 찰나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막 탑승의 기회를 놓친 회사 동료를 발견하면 묘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사무실에 도착해 보면 그 동료가 먼저 자리에 앉아 있다. 거꾸로 엘리베이터를 아깝게 놓쳤을 때 뒤 쪽 엘리베이터의 문이 산뜻하게 열리기도 한다. 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7층에서 내리면서 아까 놓쳤던 엘리베이터가 아직 10층도 못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짓는다. 인생은 엘리베이터다. 먼저 간다고 용을 써도 제일 마지막에 도착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기회의 문이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오래 전에 나도 기회란 1등부터 차례대로 돌아오는 줄 알았다. 1등이 아니면 내겐 별로 안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결과도 결국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피곤했다. 지금 당장 제일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내 인생도 끝나는 줄 알았다. 더 젊은 나이에 스펙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이 때문에 뒤쳐질 것 같았다. 하지만 하나님의 엘리베이터는 1등에게 먼저 가는 게 아니었다.

나를 알아가기
 
내 삶을 돌아보면 언제나 선택의 순간이 많았고, 안정보다는 불확실한 것을 택한 적이 많다. 그런 용기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은혜인 것은 확실하다. 사실 용기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기득권이 상대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두 손으로 지켜 막을 것이 없었기에 두 손을 크게 벌렸고, 굳이 두 다리로 지켜야 할 보물도 없었기에 두 발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거의 모두 내게 흥분과 모험을 가져다주었고, 안정을 택했을 때는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 나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축복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한국에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의 졸업 후 심정을 아는가. 반만 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이지만, 막상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대우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선교단체에서 열심히 훈련을 받고, 뜨거운 믿음을 가진 26살의 청년에게 한국사회는 무척 암울한 메시지를 던졌다. 토익 시험을 본 적도, 인턴십이나 논문 공모전의 경험, 심지어 장학금을 받은 적도 없던 평범한 나는 불가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야 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6개월간 인턴 간사로 있으면서 잡지의 편집, 인터뷰, 신문 제작, 교정‧교열 등을 익혔다. 그동안 모은 300만 원을 가지고 중국으로 1년간 자비량 선교를 떠났다. 여차하면 ‘선교’의 꿈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매우 미성숙한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도중(渡中) 3개월 만에 사스가 터졌다. 한국 유학생의 95%가 귀국하던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1년을 버텼다. 그랬더니 뭔가 보였다.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 나를 낯설게 하자 내게도 숨겨진 장점과 꿈이 있음을 깨달았다. 어렸을 적 사회과부도를 참 좋아했었고, 고등학교 때는 다른 과목은 몰라도 사회문화와 한국지리, 세계지리는 거의 만점을 받았다. 내겐 사회와 국제문제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니 자연히 영어가 필요했다. 27살의 늦은 나이에 이번에는 도미(渡美)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27살에 무슨 영어 공부냐고 했다. 지금도 늦었는데,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갔다 오면 취업 생각은 영영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도 딱 6개월 동안 영어에 몰두해 보고자 했다. 첫 3개월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3개월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였다. 내성적인 성격에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지만 ‘대중 연설’(Public Speaking) 마지막 수업에서는 아무런 참고 자료 없이 ‘왜 한국으로 여행을 와야 하는가?’란 5분 연설을 했고, 큰 박수를 받았다. 사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입을 열기 위해 3개월간 무던히 먹었던 코카콜라의 혈당 상승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한국에 돌아와 국제대학원에 입학했다. 입학 장학금을 받진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국제학 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입학 초기 일기장에 “너무 뛰어난 사람이 많아, 수업에 가기 싫다. 우울하다”고 썼던 나지만 ‘매 수업 시간에 무조건 한 가지 질문하기’ 목표를 실행했더니 아무래도 교수님들의 평가가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서른 살에 다시 한국사회에 나왔다. 

 
하지만 4년 전 26살에 느꼈던 그 절망적인 느낌은 없었다. ‘나는 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아니다’라는 그때의 절망감이 이제는 ‘내가 가진 잠재력을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도전 의식으로 바뀌었다. 내겐 여전히 스펙이 부족했지만, 스토리가 있었다. 무엇을 하고 싶고,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았다. 내 장점은 극대화했고, 내 단점은 단점 그대로 매몰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했다. 내성적이고 말을 잘 못한다고 그대로 살지 않았다. 일부로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고,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다. 친구에게 전화할 때 미리 말할 대본이 없으면 전화조차 못했던 내가 지금은 계속되는 강연 요청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특별한 목표 없이 온라인뉴스 매체에 가끔 소소한 이야기를 올리던 내가 10번째로 썼던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라는 책은 세간의 호평을 받았다.

하나님이 주신 밭의 보물찾기
돌이켜 보면 그것은 스토리였다. 성경은 이것을 보물이라고 말한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여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마태복음 13:44).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밭을 주셨다. 밭의 크기는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다섯 달란트를 주든, 한 달란트를 주든 주인의 마음이다. 문제는 주어진 밭에 엄청난 보화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보물(스펙)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보물(잠재력)이 숨겨져 있음을 깨달으면,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그 잠재력 계발에 집중하게 된다. 계발되면 될수록 밭은 비옥해 진다. 그리고 그 비옥해 진 밭에 뿌려진 씨앗은 ‘결실하여 혹 백 배, 혹 육십 배, 혹 삼심 배’(마가복음 4장 8절)의 수확을 하게 된다.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신다. 그런데 그 기회의 씨앗이 뿌려질 때 관건은 내 밭이 얼마나 비옥하고 준비되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바로 그 부분을 나는 인간 계발(Human Development)이라고 말한다. 이는 소소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온전한 한 사람으로서의 잠재력 계발을 뜻한다. 많은 경우 밭에 심을 작물에 관심이 많다. 이른바 ‘직’(職)이다. 또한 어디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 직이 아니라 그 직이 가져 오는 열매가 ‘업’(業)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직장이란 우리의 업, 우리의 소명을 추구하는 여러 기회 중 한가지다. 누군가가 꼭 특정 영리 기업, 특정 비영리 기업에서 일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그 사람의 독특한 소명이 주어졌는데, 그 소명을 달성하는 여러 통로이자 도구로서 ‘직’이 존재할 따름이다. 그런데 현실은 마치 ‘직’이 ‘업’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고, 그런 환경에서 기독 청년들은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그런 고민에 빠진 후배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책이다. 처음에 의도는 좋았지만, 자신감이 부족했다. ‘내가 누군데 누가 들어나 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2010년 새해 하나님께서 출애굽기 4장 초반의 말씀을 주셨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모세가 ‘출애굽’ 미션을 주는 하나님께 ‘그들이 나를 믿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영락없이 내 모습이었다. 특이하게 하나님은 모세에게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모세는 퉁명스럽게 ‘지팡이’라고 답했다. 하나님은 다시 ‘그것을 땅에 던지라’고 명하신다. 이 말씀을 보면서, 누구나에게 그 손에 하나님이 쥐어주신 뭔가가 있음을 알게 됐다. 40년 광야 생활을 하면서 모세에겐 당연히(?) 지팡이가 있었을 테다. 굳이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보통 지팡이가 하나님이 쓰시게 되면서 특별한 지팡이가 되었다. 순간 큰 깨달음이 왔다. 지팡이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그 지팡이를 쓰시고자 하는 분이 위대하시다는 것을. 내겐 어떤 ‘지팡이’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초등학생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기억을 뒤져 보니 내겐 ‘펜’이라는 지팡이가 있었다. 잘 쓸 필요가 없었다. ‘그것을 땅에 던지라’는 위대한 명령 앞에 내 펜을 던지면 되었다. 그렇게 15일을 써 내려갔다. 평범한 펜이 위대한 분 앞에서 황홀한 춤을 췄다.   
야곱의 하늘 사닥다리로
책을 읽은 독자 한 명이 이메일을 보내 왔다. 3일간 고민을 하다가 최종 채용이 된 회사에 어렵사리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죄송한데, 아무래도 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어려운 말을 자신이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다며 책의 저자인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어떤 분은 글의 문체와 내용이 사람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져 마지막 장에 이르러 눈물이 왈칵 났다고 한다. 하나님께 던진 펜이 역사를 일으키고 있다.
앞서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꺼냈다. 누구나 몰리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사실 우리에게는 야곱과 같이 ‘하늘 사닥다리’가 있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 모험을 택하고, 아브라함처럼 익숙한 곳을 떠날 믿음이 있다면, 직통 사닥다리가 보일 것이다. 그 사닥다리 한 칸 한 칸을 오를 때마다 유일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모든 직장은 스토리를 만드는 공간이다. 직장에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어떤 직장이든 그곳에서 내가 실현하고 싶은 내 ‘업’이자 ‘소명’이 무엇인지 시간이 걸려도 고민해 봐야 한다. 그것을 알아야지 사닥다리에 올라설 수 있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 평범한 것을, 명령을 내리시는 위대하신 분을 의지해서, 세상에 내놓을 때, 당신의 평범함도 황홀한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분주한 엘리베이터에 빨리 타려 하지 말고, 늦어도 천천히 하늘 사닥다리로 나아가 보자.
김정태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관 danhovision@hanmail.net
김정태 님은 유엔거버넌스센터 홍보관으로 일하면서 최근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갤리온)를 썼다. 열매에 집중하지 않고, 스스로의 잠재력 ‘밭’을 계발할 때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1996년부터 <복음과상황>의 독자였으며, 아내 오사라와 아들 김한결과 함께 살고 있다.

http://www.gosc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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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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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이예지 2012.12.03 17:16 신고

    26살의 그 모습이 딱 저네요. 나이마저 같으니 ^^

    걱정보다는 기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