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태양광(solar-powered) 휴대폰을 쓰고 있습니다. 


기종은 NOKIA.. 벌써 그런 폰이 나왔냐고요? 소위 BOP(피라미드저변이론)이라 불리는 개발도상국에는 30불 가량되는 태양광 휴대폰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제 휴대폰은 일반적인 3세대 스마트폰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태양광' 휴대폰을 쓴다고 했냐고요?^^ 바로 휴대폰은 예전과 같지만, 휴대폰을 태양에서 순수하게 거둬들인 청정 태양에너지로 충전해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4월 런던에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가 작년 겨울 무렵 영국 웨일즈에 있는 대안기술센터(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에 방문해 구입했던 간이 태양광충전기(solar-powered charger)가 떠올랐습니다. 


2011/11/04 - 영국 대안기술센터(Center for Alternative Technology) 방문


그곳에서 이틀간의 '태양광발전 입문과정'을 들으면서 구체적인 개발도상국에서의 적용과 활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개발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열매는 5월에 방문하는 말라위의 밀레니엄빌리지(Millennium Village)에서 확인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개발도상국에서 휴대폰은 선진국에서 말하는 '사치품'의 개념이 아닙니다. 집이 없어도 일자리가 없어도 휴대폰을 소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습니다. 선진국의 유선전화 가입율보다 이제 개발도상국의 이동전화 가입율이 앞선 지도 꽤 되었습니다. 


일조량의 변화와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평소에 들고다니는 배낭에 태양광 패널을 부착해서 이동해봤습니다. 굳이 햇볕에 노출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다니는 경로와 노선을 따라서 심지어는 지하철에서도 그대로 가지고 다녔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안타깝게도 태양광 패널을 배낭에 부착해다니기에는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약하다는 1차 실험결과가 나왔습니다. 휴대폰 충전이 중간에 끊겨졌거든요. 태양광발전은 태양광과의 각도, 빛이 산란 또는 흡수되는 주변 환경의 유무, 그림자의 위치 등이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배낭을 매면 태양광 판넬이 빛과 거의 직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일단 받아들이는 태양광이 줄어들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배낭 뒤에 매다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면, 배낭이 아닌 어깨(?)나 모자(?), 선글라스(?) 등에 활용해보는 것도 시도해볼만합니다.


결국 그 다음날에는 집 앞 가든에 6시간 정도 햇볕에 노출을 해놓았더니 태양광 충전기가 가득 충전이 되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휴대폰 충전잭을 뽑고 연결을 했더니 '삑' 소리와 함께 핸드폰 충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완전히 충전'되었음을 알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 휴대폰이 처음으로 순수 청청 햇볕 에너지를 듬뿍 받은 '태양광 휴대폰'으로 변신한 순간이었습니다. 방 안의 콘센트에 아무런 의식없이 충전기를 쓰던 때와 다르게 약간의 수고와 시간의 투자를 통해 발전한 '태양광' 에너지를 핸드폰에 넣는 순간 평소와는 다른 충만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쓰는 휴대폰에 대한 주인의식이 더 늘었다고 할까요? 휴대폰의 통화가 이전과는 다르게 더 가치있고 '윤리적'으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란 "현지에서 사용가능한 재료와 자원을 활용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자유를 확대하고, 주변환경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라 정의해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저는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휴대폰 '충전의 적정기술'화를 경험해봤습니다. 햇볕을 통해 에너지를 수확하고, 그 어렵게 또는 가치있게 수확된 에너지를 통해 내가 긴요하게 다루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 그 자체의 의미도 좋겠지만, 그러한 '에너지'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변화가 전면적으로 도래한 '지속가능성의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저와 함께 태양광 휴대폰을 써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꼭 태양광일 필요는 없습니다. 풍력, 인간동력, 태양열, 신재생에너지 등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수확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가 풍부합니다. 다만 이러한 대체 에너지는 일반적으로 '약간의 불편함'과 '시간의 투자 또는 수확에 필요한 인내'를 요구합니다. 


과거에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의 신비와 소중함을 적정한 수준의 불편함과 인내를 통해 느껴봐도 좋겠습니다. 적정기술이란 특정한 기술이나 전문가의 접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개인의 수준에서 분권화(decentralized)하고 적정한 불편함(appropriate inconvenience)을 감수한 다면 누구나 '적정기술'의 달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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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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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Favicon of http://www.facebook.com/Jaewooo BlogIcon 정재우 2012.04.04 17:48 신고

    태양광 패널이 아이패드만 하군요. 저정도 사이즈의 패널은 얼마정도에 생산되어 판매되고 있나요?판매 채널도 궁금하네요. 이 곳 말라위는 저녁 7시가 넘으면 온 세상이 깜깜해 집니다. 가로등이 시외에는 전혀 없기 때문이죠. 밤길을 차량으로 이동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저녁7시~9시 사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빛도 없는 도로를 따라 귀가하는 사람들을 보며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레시 기능을 가진 저가 휴대폰을 갖고는 있지만 후레시를 비추면서 다니는 사람은 아직 못 본거 같습니다. 밤길이 익숙해서 일부러 휴대폰을 켜지않고 귀가할 수도 있고,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 베터리가 나가서 켜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보행자는 천천히 걸어가고 밤길에 익숙하기 때문에 빛이 없어도 큰 불편함을 못 느낄지라도, 운전자 입장에서는 주변이 너무 어두워서 라이트를 켜도 시야가 좁아서 보행자들을 바로 몇 미터 앞의 시야에 들어와야 식별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곳 현지인들은 좁은 길에서도 60킬로 이상 빨리 운전하는 경향이 있기에 매우 위험해 보였습니다.

    밤길을 걷는 사람들이 빛이 반사되는 팔찌를 착용하거나 휴대폰 라이트를 이용한다면 운전자가 비교적 안전한 거리에서 보행자를 미리 발견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렴한 태양광 전등, 후레쉬 등이 값싸게 유통이 된다면 grid가 닿지 않는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참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듭니다.

  2. addr | edit/del | reply 2012.04.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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