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스터디: 말라위에서의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 적용
Application of design thinking process into development cooperation
이번에는 디자인사고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사례를 나눠보고자 한다. 필자는 2012년 5월말에서 6월초까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디자인사고를 통한 지역문제 해결형 사회적기업 설립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디자인사고의 방법론으로는 IDEO에서 개발한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Human-centered Design Toolkit)을 채택하여 현지 워크숍과 주민주도형 현장조사, 전문가인터뷰 등을 수행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역은 7천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거주하는 ’구믈리라‘라는 곳으로 열매나눔재단이 작년부터 후원기관으로 들어와 다양한 개발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서 대다수의 주민들은 토마토, 담배, 땅콩, 옥수수 등을 경작하며, 교통수단의 부족과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동 마을은 유엔새천년개발목표가 적절한 개입(intervention)을 통해 달성 가능함을 입증하기 위해 선정된 밀레니엄빌리지(Millennium Village) 중 하나로써, 전통적인 개발협력의 접근과 디자인사고의 접근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한다.
발전목표 | 디자인 한계 | 디자인 과제 |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말라위 구믈리라 마을(7천명)의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달성 | 2015년 이후 모든 지원 사업 종료 및 철수 예정 |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이 2016년 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도록 돕는 공동체중심의 사회적 비즈니스를 구축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 |
<표. 디자인한계를 통해 디자인과제로 재해석되는 발전목표>
현장 프로젝트는 ‘구믈리라의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이라는 일반적인 이슈를 새롭게 디자인과제로 재해석해냈다.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달성을 돕는 모든 지원 사업이 2015년 철수’한다는 실제적인 디자인한계를 통해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이 2016년 후에도 지속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도록 돕는 공동체중심의 사회적 비즈니스를 구축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란 디자인과제를 선정할 수 있었다. 이러한 디자인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 약 2주간의 현장방문은 해당 디자인 사고의 첫 단계인 ‘Hear'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 과정은 이슈를 도출하거나 마을 주민들과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닌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가진 생각과 느낌, 필요와 제한을 마음껏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드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Human-centered Design Toolkit) ‘인간중심 디자인 툴킷’은 개발도상국에서 다양한 이슈에 직면한 ‘소외된 계층’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디자인사고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실용적인 안내서이다. 관찰(hear), 창조(create), 실행(deliver) 등 총 3단계의 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디자인사고의 핵심은 바로 현장의 ‘인간중심’이다. 현지 주민이야말로 현지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의 실마리를 가진 핵심 당사자라는 전제 아래 디자이너와 진행요원의 역할은 현지 주민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나누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파악된 현장의 필요와 수요에 기반을 두고 디자이너는 다양한 협업 과정을 통과하면서 실제로 현지에서 사용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현장에서의 피드백과 개선을 통해 최종 결과물을 도출해내게 된다. 현재까지 두 번째 버전이 나온 툴킷은 IDEO가 상업디자인을 넘어서 ‘디자인을 통해 국제문제 해결’로 새롭게 포지셔닝을 하면서 심혈을 기울이는 대표적인 디자인 담론으로서 현지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디자인 사례와 구체적인 가이드에 대해서는 www.hcdconnect.org에서 확인 가능하다. |
스토리텔링형 브레인스토링
브레인스토밍 워크숍은 마을 주민 20여명이 4개의 소그룹으로 나누어 디자인과제의 4개 하부 주제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 정보를 나누도록 고안되었다. 공중보건, 농작물, 비즈니스, 가사활동 등 하부주제에 대한 초기 유도질문을 바탕으로 참가자의 답변에 반응하며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스토리텔링형’ 대응방식이 시도되었다. 정형화된 질의응답식이 아닌 참가자의 생각과 반응으로 브레인스토밍이 진행되면서 다양한 포스트잇 결과물이 생성되었다. 질문 대신 ‘전기가 없이 야채를 팔고 있는 상점’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에 대한 연상과 예기되는 문제점 등을 묻기도 했다.
현지조사활동
브레인스토밍이 고정된 자리에서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었다면 현지조사활동은 20여명의 현지 주민들이 스스로가 ‘조사원’
(researcher)이 되어 지역 곳곳을 방문하면서 직접 관찰하고 질문하는 활동이었다. “하루에 몇 시간 물을 길러오는데 사용하는가?”와 같은 약 40개의 샘플질문이 주어졌지만, 샘플질문의 사용은 최소화하도록 했고 지역주민들과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형’ 대화가 만들어지도록 유도를 했다. 현지조사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은 피드백 시간에서 “우리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며 ‘인간중심 디자인 프로세스’의 주인의식(ownership) 발현이 제대로 구사되었음을 입증했다. 또한 남성그룹, 여성그룹, 학생그룹 등으로 활동그룹을 구분하여 다양한 시각과 접근이 가능하게 설계했다.
일회용 카메라활용
현지조사 활동과 병행해 7명의 ‘카메라 기자’ 활동도 진행되었다. 문자를 통해서 수집된 이야기 외에도 현장의 생동한 현장을 또 다른 시각과 형태로 바라보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공간’ ‘잠재된 비즈니스 아이템’ 등 미리 준비된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7명의 카메라 기자들은 지역 전역으로 흩어졌다. 생애 처음으로 카메라를 써본다는 지역주민에서부터 촬영 활동을 통해 직접 확인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나눈 참가자에 이르기까지 ‘카메라 활용’ 조사활동은 구술조사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을 효과적으로 보완했다.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경연대회 개최
브레인스토밍 워크숍, 현지조사 활동 외에도 지역주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기업 아이디어 경연대회’을 진행했다. 비즈니스란 철저한 현지 수요와 필요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현지인들이야말로 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총 27명이 등록을 했고 5일간의 아이디어 개발 과정을 통해 최종 우숭자 2명에게는 각각 10,000콰차(5만원 상당)와 100권의 동화책이 창업자본금(품)으로 제공되었고 추가적인 비즈니스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경연대회를 통해 확보된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추후 HCD 2번째 단계에서 주민들이 실제적으로 필요로 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를 도출하는데 큰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폰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 시범워크숍
마지막으로 진행된 '인간중심 디자인 접근‘은 휴대폰 활용에 대한 프로토타입 워크숍이었다. 개발도상국의 휴대폰 사용 인구는 이미 선진국의 유선전화 가입자 수를 넘어섰으며 하루 2불의 빈곤층에서도 휴대폰 소지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범워크숍에서는 문자를 통해 간단한 서비스를 수행하고 처리한 후에 200콰차(1불)를 받도록 하면서, 해당 과정에 대한 20여명 참가자의 사용자경험을 관찰하고 분석했다. 70% 이상이 서비스 수행이 용이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장애가 있는 여성 등 제한된 일자리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소외계층이 휴대폰을 통한 추가 소득창출에 최대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음이 분석됐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개발도상국 취약계층이 소득창출에 활용하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및 시사점
국내에서는 최초로 디자인사고를 국제개발 협력 현장에서 직접 적용해 사회적 기업 런칭을 준비해가면서 느낀 것은 디자인사고가 개발도상국 또는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 현장이 가진 불확실성, 정보의 부족과 한계, 언어소통의 장애 등과 만나면서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이며 창의적인 결과물들을 유도한다는 점이다. 이번 1단계(hear) 현지작업 이후에 진행될 2단계(창조)와 3단계(실행)를 통해 확보될 추가 데이터와 분석을 토대로 디자인사고가 어떻게 특정 개발목표를 디자인과제로 재해석하고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연결하는지를 계속 공유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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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 이슈브리핑>에 제출된 내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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