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곳에서 융합을 말합니다. 특히 '창조경제'가 지난 정부의 녹색성장을 밀어내고 전면에 등장한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더욱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다양한 섹터와 연계되고, 섹터간 구별과 장벽이 허물어지고 아이디어 자체가 현실이 되는 융합(convergence).


하지만 융합은 힘듭니다. 융합이 되기 위해 가징 필요한 것은 다른 섹터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다른 섹터에 대한 기대감과 존중입니다. 내 전문분야에 대한 '전문성'(혹은 특수성)을 너무나 높게 생각한다면, 다른 분야의 이야기나 담론은 가치있게 여기지 못하게 됩니다. 즉, 굳이 다른 분야를 이해하고 다른 분야의 통찰과 아이디어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융합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이것저것 융합을 해보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디자인을 활용하고, 기술자도 아니지만 적정기술을 말하고 다닙니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했지만 전통적인 비즈니스가 아닌 '사회혁신 기업' 또는 소셜비즈니스를 말하고 다닙니다. 팀과 함께 진행하는 말라위에 진행하는 '햇빛영화관' 프로젝트는 적정기술, 앙터프러너십, 디자인씽킹이 융합된 국제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융합' 활동을 하다보면 쉽지 않습니다. 다들 융합을 말할 때는 좋아하지만, 융합을 실제로 하는 사람과 만나면 해당 분야의 사람들은 경계 내지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아마추어'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럴 때마다 "융합은 참 어렵구나"라고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융합은 참 소중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의 부족함과 한 분야의 발전이 사회문제/사회발전이라는 거대 목표의 실현에 역부족이라는 것을 현실적으로, 겸손하게 깨달은 사람만이 융합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융합을 하는 사람이 소수일 수도 있습니다. 융합은 '내가 이 분야에 모르는 것을 위해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도 배우고 싶다'는 연약함을 드러내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융합은 내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더 소중한 가치와 배울 것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시작됩니다. 섹터와 섹터가 만나는 협업이 융합이 아니라, 섹터를 넘어 다른 섹터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협업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다양한 융합을 계속 해보고 싶습니다. 비즈니스와 디자인, 사회기술/적정기술이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과 사회적기업가정신(social entrepreneurship)으로 연계되는 교차로에서 계속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힘들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포기하기에는 융합이 가진 가치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융합을 하고 있습니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TAG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1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addr | edit/del | reply 이주현 2013.04.20 23:21 신고

    잘 지내시죠? 정말 공감되는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