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Sunny라는 SK그룹의 대학생 봉사단에서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적정기술에 대해 쉽지 않은 질문을 준비해와서, 쉽게 답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자료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든 인터뷰였습니다. SK Sunny에 대한 호감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원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을 찾기 힘든 세상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신다니,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스마트폰을 꼭 사용해야할 필요가 아직 제게 없기 때문이에요. 필요가 크다면 얼마든지 장만할 텐데 아직 그렇지 않네요. 오히려 스마트폰이 없는 것이 제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든 2G폰을 열차로 비유를 해 볼게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연인들이 여행을 간다고 해보세요. KTX를 타고 2시간 반 만에 주파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어떤 이들은 느릿느릿 4시간이 걸리는 무궁화 열차를 선택할 수 있죠.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함께 감상하고, 띄엄띄엄 역에 정차하는 순간을 느끼면서, 서로 공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과정’이 더 중요한 사람들도 있죠. 제게는 그런 의미에서 2G를 쓰는 겁니다. 기술은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존재하죠. 단지 ‘더 편하게’, ‘더 빠르게’라는 관점에서 기술을 선택하기보다, ‘더 의미 있게’ ‘더 풍요롭게’의 관점에서 기술을 선택하면 그것이 바로 자신에게 ‘최첨단’ 기술일 수 있다고 믿어요.

 

이사님에겐 2G폰이 적정기술인 셈이네요. 언제 적정기술을 처음 접하셨고, 어떤 계기로 적정기술 사업에 뛰어들게 되셨나요?

 

유엔에서 근무할 때 부탄이란 국가로 출장을 가게 됐어요. 매번 출장을 갈 때마다 읽고 싶은 책을 하나 가져가는데, 그때 마침 원서인 <Design for the Other 90%>란 책을 가져갔죠. 나중에 알고 보니 적정기술에 대한 세계적인 책이었는데, 조용한 부탄의 밤을 마주하며 우연하게 읽었고 그것이 제게 적정기술의 대한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였어요.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해, 제가 설립한 에딧더월드란 사회적 출판사에서 번역본을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란 제목으로 펴내게 되었죠. 지금은 그 후속편인 <소외된 90%와 함께 하는 디자인: 도시편>도 나와 있어요.

 

내겐 너무 먼? 가까운! 적정기술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셨고,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계세요. 이런 경험들이 삶에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나요?

 

학부에서 한국사를 했던 제게 융합은 피할 수 없던 운명이었죠. 한국사라는 전공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역사라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적정기술이나 사회적 디자인, 그리고 사회적 기업가정신 등을 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이 융합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융합의 특징은 특정 산업분야에 매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목표를 중심으로 어떤 방법론이나 관점도 활용할 수 있다는데 있어요. 덕분에 전공은 아니지만, 한국디자인학회, 한국국제사회복지학회, 국제개발협력학회, 한국창의력교육학회, 국경없는과학기술자회 컨퍼런스 등에 발표자나 토론자로 참여하기도 했지요.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사회문제가 ‘복잡하고 융합된 문제’이기에 그 접근이나 해결책도 ‘융합’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기술과는 거리가 먼 전공을 공부해요. 그렇다보니 적정기술에 관심이 있어도 어느 순간 막연해질 때가 있는데요, 제가 공부한 것들을 적정기술에 활용할 수도 있을까요?

 

적정기술이야말로 융합을 나타내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과거에 ‘기술을 위한 기술’로서의 기술이 있었다면, 이제는 ‘사람을 위한 기술’을 위해 적정기술이 다시 주목을 받는 거죠. 사람에게는 첨단 기능보다는 멋진 디자인이 더 중요할 수 있기에, 디자인적인 관점이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누구나 적절한 가격에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되고 판매될 필요가 있지요. 적정기술은 어떤 전공이나 전문분야만의 축제가 아니라, 어떠한 열정이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누구나의 광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삶을 관찰하는 것을 즐기며, 삶에 있는 소소한 혹은 치열한 문제를 푸는 것에 관심이 있는 누구라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필요한 것을 물으면 답이 보인다

 

적정기술이 지속가능하려면 ‘시장 중심’이어야 한다고 하셨죠? 사실 ‘시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실 경제논리가 먼저 생각이 나는데요, 시장중심의 적정기술이란 어떤 건가요?

 

시장중심이라는 것은 경제를 포함한 우리의 사회를 의미해요. 팔수도 있고, 기부할 수도 있고, 어떤 식으로든 교환과 유통이라는 행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시장’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대게 적정기술이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좁은 ‘연구소’ 안이나 작은 ‘책상’ 위에서 기획되고 개발되면서, 적정기술이 활동하게 되는 ‘시장’의 변화무쌍한 환경과 이해관계자를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이거든요. 따라서 시장중심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판매를 의미하기보다는, 우리의 삶의 가치들이 교환되는 ‘시장’(market)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유통하고, 전달하고, 사용되는 아이템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연 중 현지인에게 “무엇이 필요하세요?” 가 아닌 “언제 행복하세요?” 라는 질문을 하셨다는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우리는 적정기술 수혜자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적정기술 수혜자들은 친구로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어려움이 처한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까요? 그 친구가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이해하려 노력할 거고, 그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학업에 고민이 많은 친구에게 ‘도서상품권’을 선물로 준다거나, 이성문제로 고민하는 친구에게 <싱글로 사는 법>이란 책을 선물로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친구에게 대하듯 생각하고 질문한다면 적정기술의 이야기는 무척 달라질 겁니다.


그렇다면 현지인들을 친구처럼 생각하고, 소통과 상호 작용을 통해 이사님께서 직접 완성한 적정기술은 어떤 것이 있나요?

 

햇빛영화관이란 작품이 있어요. 전기가 없는 아프리카 마을에, 태양광으로 발전하는 영화관 세트를 함께 하는 분들과 공동으로 개발을 했어요. 처음에는 정수기나 태양광제품 등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친구에게 대하듯 이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할까 들어보려 하니깐 놀랍게도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지난여름 에티오피아에 시범상영을 했고, 지금은 현지인이 직접 맡아서 시범사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또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초청되어 올해 11월 3일까지 전시되고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꼭 방문해보면 좋겠어요.

 

나만의 적정기술, 나만의 스토리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니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아닌, 소위 선진국에도 그들만의 어려움과 그를 해결할 적정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까요?

 

몇 년 전, 일본에 큰 지진이 있었죠? 첨단기술로 완벽하게 보호되던 원자력발전소가 무기력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일본에도 적정기술 제품이 대한 소비가 급격히 증가했죠. 앞으로 계속될 기후변화나 고령화 사회 등 불가피한 미래의 변화요인들로 인해 계속 적정기술에 대한 필요와 관심이 개발도상국 외에도 선진국에서도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돼요.

 

여러 매체에서 적정기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적정기술 페스티벌이 열리는 등 적정기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요. 이런 적정기술 붐이 반짝! 하고 끝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적정기술을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이자 삶의 일부로 실천하면 오래갈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적정기술을 적용해보기 전에, 먼저 나에게 ‘적정기술’이란 어떤 의미이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면 정말 흥미로울 겁니다. ‘적정’이란 단어를 삶에 적용해보세요. 적정소비, 적정TV시청, 적정식사, 적정운동 등 내게 최적화된 ‘적정’을 찾게 되면 삶이 놀랍게 균형을 잡으며 흥미로워질 수 있어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의 저자이시기도 합니다. 20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인 써니와 다른 청춘들에게 하고픈 말씀을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앞으로 누가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를 저는 누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졌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히 술을 먹지 않고 맨 정신으로 친구들에게 1시간 동안 자신의 꿈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사람은 분명 주목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가져보세요. 나눌수록 사람들이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지고, 닮고 싶어지고, 함께 하고 싶어지는 그런 이야기를 하나둘 꿈꾸고 실천해보길 기대합니다.

 

나에게 김정태 이사님은 ‘닮고 싶은’사람이었다. 술을 먹지 않고도 자신의 꿈과 생각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었지만, 자신의 이야기만 하지는 않았다. 언제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고민할 준비가 돼있는 사람. 그 결과물로 탄생한 적정기술이 모이면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질까 궁금해진다.

 

정유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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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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