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5]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1. 국제활동가로서의 첫 걸음

4) 내면의 비이성적인 소리가 들릴 때 


유엔새천년개발목표(UN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때가 기억난다. 학부를 졸업하고 27살이 되었을 무렵 내가 뛰어들고 싶은 분야가 '국제'라는 것을 늦깍이로 깨닫고 국제대학원 진학을 준비했던 때였다. 그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국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인터넷 검색에 한동안 몰두했다. 그러다 마침 당시 유엔개발계획 한국사무소 대표를 초청해 유엔새천년개발목표에 대한 현황을 듣는 강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등록을 하고 행사장소에 가니 100명이 넘는 젊은 청년들로 행사장은 가득했다. 내겐 무척 생소한 주제에 대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유엔새천년개발목표에 대해 강연자는 빈곤 퇴치, 신생아사망률 감소, HIV/AIDS 예방 등  8가지의 개발목표 하나 하나를 자세히 나열하며 "이러한 목표들이 현재 전 세계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이자, 정부와 기업 그리고 비정부기구가 힘을 합해 노력해야할 분야들이다"고 설명했다. 처음 내가 '국제'라는 키워드에 끌렸을 때 느꼈던 '그 국제'와는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 



내가 상상한 '국제'

내가 느낀 '국제'는 뭐랄까 시원한 에어컨에 나오는 태국이나 뉴욕 같은 명소의 호텔에서 각자 깔끔한 넥타이를 맨 신사숙녀들이 모이는 국제컨퍼런스의 '국제'였다. 청중의 주목을 받으며 멋지게 발언 마이크를 켜고, 전문지식을 소개하면서 청중과 친절하게 눈을 마주치고, 적절한 바디랭귀지와 진정성있듯 미간을 살짝 찌뿌리거나 입을 굳게 다문다. 컨퍼런스가 끝나면 칵테일이 준비된 리셉션에 참가를 하고,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사람들과 해당 국가에 유행하는 패션이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객실로 돌아와 피곤하지만 뿌듯한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욕조에 몸을 담그는 하루 일정까지. 그리고 가끔 아프리카 오지와 같은 개발협력현장에 나가 현장감있게 사진을 찍고, 수혜자 그룹과 만나 경청하는 자세로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하고 기념촬영을 잊지 않는 부분까지가 내가 생각한 '국제'였다. 사실 국제의 의미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나만의 잘못은 아니었겠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국제'라는 상상의 나라에 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강연자가 말하는 국제의 개념은 그런 산뜻함과 보람, 그리고 자부심을 자아내는 내용이 아니었다. '과연 이러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급기야는 '과연 나는 이러한 복잡한 문제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는 재능이나 전문성이 있나?'라는 심각한 결론에 이르렀다. 영어로 진행된 강연이기에 모든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연 내가 국제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생존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예정보다 길게 진행된 강연에 사회자는 "잠시 열기를 가라앉고 휴식 시간 후 질문시간을 갖겠다"고 안내했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강의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곤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내면의 상반된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날 강의장을 나서며 내가 가졌던 그 당혹감을 이제 막 소셜이노베이터의 세계에 접어드는 많은 분들도 비슷하게 느끼리라 생각된다. 세계에 산적한 수 많은 문제들 중 하나에 신기하게 관심을 갖게 된다. 해당 문제에 전혀 개의치않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불가사의하게 느껴지는 당신은 '나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어'라고 느낀다. 하지만 거의 동시에 당신의 내면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내가? 해당 분야에 수 많은 전문가와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있는데, 이건 내가 고민할 게 아니잖아. 여기 컨퍼런스에 모인 수 많은 사람들을 둘러봐. 내가 이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겠어? 차라리 다른 것을 찾아보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이러한 내면의 상반된 목소리에 갈등을 겪게 된다면 그것은 역설적이게도 소셜이노베이터의 기본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상반된 목소리를 절대 경험하지 못한다. '나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상반된 목소리의 갈등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인 관정메서 너무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을 바꾼 비이성적인 사람들의 힘>은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하면서 소셜이노베이터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 적이 있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고집스럽게 세상을 자신한테 적응시키려 한다. 그래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자기허락의 경험을 향해 

이성적인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를 잡는 것은 대다수 소셜이노베이터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자신의 '소셜이노베이터 첫 경험'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인 소셜이노베이터 양성기관인 아쇼카(Ashoka) 설립자 빌 드레이튼은 이를 '자기허락'(self-permission)이라고 부른다. 그는 어떤 변화를 만드는 데 있어 결심이 필요한데, 그 결심이 다른 사람이나 사회로부터 '허락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허락해주는 것'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허락'이 있는 사람은 쉽게 포기하거나, 끊임없이 반복되는 내면의 나머지 반쪽 목소리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쇼카가 전 세계적으로 경쟁률이 높은 펠로우를 선발하면서 활용하는 첫번째 기준이 바로 이런 '자기허락'의 경험이 있는지 여부다. 


당신이 처음으로 뛰어들려는 분야의 문턱이 너무 높아 보이는가? 주변에 관련된 사람들과 비교가 되며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는가? 그러한 내면의 상반된 목소리가 당신을 갈등하게 한다면, 무엇이 이성적이며 비이성적인 지를 먼저 구분해보아라. 그리고 역사를 통해 무한히 많이 반복되었듯이 '비이성적인 목소리'를 선택하라. 이것이 '자기허락'을 만드는 너무나 간단한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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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2 - [연재]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2014/03/03 - [연재2]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2014/03/30 - [연재3]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2014/03/31 - [연재4]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누구나 자신의 경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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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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