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6]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1. 국제활동가로서의 첫 걸음

5)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 



국제활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떠올려보는 '국제대학원'. 김영삼 정부 시절 '세계화'라는 국정목표에 발맞추어 세계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된, 당시로서는 꽤 파격적인 커리큘럼이었다. 국가 정책으로 설립된 국제대학원은 초창기에 국책대학원으로서 입학한 모든 신입생들에게 전액 장학금, 노트북과 더불어 해외탐방과 인턴십 비용까지 제공했다. 요즘 자주 논의되는 '빅데이터' '드론' '사물인터넷'과 같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키워드가 '국제'였다. 국제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과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일단 국제대학원에 입학해야겠다고 느꼈다.


발목을 잡히거나 어깨에 날개를 달거나 

그런데 우선 영어가 문제였다. 2년 동안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그렇고 석사논문 역시 영어로 제출해야 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입학을 위한 선발 면접도 영어로 진행하게 되는데, 당시 나는 토익성적도 없었거니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꽤 불편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6개월 간의 한시적인 '어학연수'를 뉴욕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국제라는 분야를 가다보면 결국 영어 때문에 발목이 잡히든 또는 어깨에 날개를 달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느꼈다. 


뉴욕시립대학교 바룩칼리지에서 오전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학습'(ESL)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단어와 숙어를 외웠지만 3개월이 지나가도 영어 실력, 특별히 말하기에 뚜렷한 진보를 느낄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은 이제 딱 3개월, 조바심이 생겨났다. 과감히 큰 도움이 되지 않던 도서관 출입을 멈추고, 외국인을 만나 말벗이 되어주는 비영리단체에 가서 다양한 현지인들과 매일 1시간씩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분들에게 빈 종이를 주고 "제가 말하는 동안 문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는 어색한 표현이 있으면 무조건 저를 멈추게 하고, 종이에 정확하고 더 좋은 표현을 써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말하기 연습 파트너들은 내 요청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문장이 끝내가 어려울 정도로 이들은 내 말을 칼 같이 막았고, 시간이 끝날 때가 되면 열장이 넘는 종이를 받아 귀가할 때도 있었다. 집에 와서는 잘못된 표현을 더이상 쓰지 않도록 종이에 쓰여진 '올바른 표현'을 계속 반복해 외웠다. 대화를 나누기 직전 빈 속에 콜라를 마시고 인위적으로 혈당을 올린 적도 수없이 많다. 단기혈당 상승효과로 인해 마치 술을 마신 듯 말이 많아질 수록 내가 배워가는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던 영어 발음 문제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라는 영어 우화 책과 성우의 녹음 CD를 60번 이상 반복해 읽고 들으면서 해결했다. 성우의 발음을 따라가며 최대한 똑같이 말하기를 연습하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 특유의 리듬과 엑센트를 왠만큼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3개월이 다시 지나자 뭔가 변화가 느껴졌다. 더이상 머리 속에 영어 문장을 조립한 뒤에 말하지 않게 됐다. 빠르지는 않았지만 입을 통해 영어를 표현하면서 문장과 생각을 완성해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결국 6개월 만에 국제대학원 입학과 국제활동가로서 활동하는 필요한 최소한의 영어가 준비된 것이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다 

2년간의 국제대학원 생활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라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다." 살다보면 우리의 부족한 경험과 지혜로는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들에 감히 다가서기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의 경험과 지혜는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는 도약이 필요한 데, 그러한 도약은 해당 분야에 '거인'과 같은 멘토들이 제공하는 어깨에 올라탈 때 가능해진다. 예전에는 아무리 까치발을 들고 기웃거려도 보이지 않는 세계도 '거인'이 친절히 제공하는 어깨에 올라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는 시야에 따라 세계가 달라진다는 말을 나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이작 뉴턴 역시 "내가 만약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거인들이 어깨에 올라섰기 때문이다(If I have seen further, it is by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국제대학원에서 만난 거인은 지도교수였던 서창록 교수님(현 휴먼아시아 대표)과 2년 동안 조교로 도와드렸던 박수길 대사님(전 주유엔대표부 대사)이었다. 서창록 교수님은 내게 뉴욕대 공공행정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공공행정을 접할 기회와 더불어 뒤에서 소개할 석사논문을 쓰는 데 필요한 자원과 재원을 기꺼이 제공해주셨다. 박수길 대사님은 유엔에서의 경력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내가 두 차례 꿈꾸고 도전했지만 결국은 합격하지 못했던 뉴욕 유엔본부에서의 인턴 기회를 신기하게 만들어주셨다. 두 분이 제공해주시는 어깨에 올라서는 순간, 내게 감히 꿈꾸지 못했던 기회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기회의 문과 그 문을 여는 열쇠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거인들과의 만남을 아예 '기회의 문'(door of opportunity)이라 부르고 싶다. 거인들이 기꺼이 제공하는 어깨에 올라서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의 시야와 관점을 확보한다는 것은 단지 창을 통해 기회를 엿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거인과의 만남은 내가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의 출입구가 생겨났음을 뜻한다. 단,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영어실력과 같이 개인이 갈고닦아야 하는 핵심역량이 필요하다. 역량은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와도 같다. 아무리 '기회의 문'이 많아도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없으면 '기회의 문'도 무용지물일 수 있다. 거인들이 문을 제공해도, 문을 열고 들어가는 열쇠까는지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소셜이노베이터의 핵심역량과 방법론은 나중에 다시 다룰 것이다. 


소셜이노베이터에게 기회는 사람을 통해서 온다. 특히 자신의 현재 수준의 역량과 경험으로는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환경일 때 특별히 거인이 필요하다. 당신은 어떤 거인과의 만남이 필요한가?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는가? '거인'을 자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주변의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보라. '기회의 문'은 숨겨져 있지 않다. 누군가는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고,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그곳까지 갈 수 있는지 자세히 안내해줄 수 있다.

 

'기회의 문'에 다가서고 싶은가? 그렇다면 소셜이노베이터가 거인과 만나 거인이 제공하는 어깨에 올라서게 되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전략을 따라해보라. 바로 '기회의 문'이라는 거인과 연결되어 있는 또다른 누군가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거인을 찾는 것보다 '거인을 아는 누군가'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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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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