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7]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1. 국제활동가로서의 첫 걸음

6) 큰 행동에 앞서 작은 행동을 반복하라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같은 외국인 리더가 연사로 참여한 강연장에 와있다고 상상해보자. 강연을 끝내고 이들이 묻는다. "이제 질문을 받겠습니다. 질문 있습니까?" 이때 당신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 특별히 첫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만나고 싶은 기회이지만, 정작 기회가 왔을 때 우리는 막상 손을 들거나 행동을 취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얼마전 '우리는 왜 질문을 하지 않는가?'라는 주제의 EBS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어 많은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진행된 국제컨퍼런스의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주최국의 기자(한국인 기자)에게 질문 발언권을 특별히 주고 싶다며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기다렸다. 그리고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시작됐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던 것이다. 오바마는 '영어 통역이 필요하면 통역을 활용해도 됩니다'라며 언어의 부담감을 갖지 말라며 다시 기다렸지만 침묵은 여전했다. 이때 중국인 기자가 손을 들고 발언하기 시작했다. '중국인이긴 하지만 제가 아시아를 대표해서 질문을 해도 좋습니까?' 예상치 못한 중국인 기자의 질문에 오바마는 한국인 기자에게 질문권을 주었다고 답변하면서 한국인 기자들이 원한다면 중국인 기자의 질문을 받겠다고 답변했다. 한국인 기자들은 이번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 흥미로운 상황이군요' 오바마 대통령은 결국 중국인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과 침묵하며 긴장하고 있는 한국인의 표정이 교차하면서 영상은 '한국인은 왜 질문을 하지 않는가?'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큰 목표에 앞서 필요한 작은 목표 

'목표를 높게 잡아라'(Aim High)라는 주제의 캠프에 가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캠프의 주제에 맞추어 강연제목을 '높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전략'으로 잡았는데, 첫번째로 소개한 전략은 '큰 목표에 뛰어들기 전 작은 목표(aim small)에 많이 도전하라'였다. 이는 나폴레옹이 활용해 유명해진 'Divide and Conquer'(큰 문제를 쪼개서 정복한다)라는 경영전략과 일맥상통한다. 처음부터 도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과제를 수행이 가능한 단위로 잘게 나누어 하나씩 접근하거나, 규모는 작지만 유사한 과제에 충분히 많이 도전함으로 자신감을 배양하는 방법이다. 


소셜이노베이터에게 이러한 '분할정복법'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 어떠한 복잡한 사회문제도 시작부터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며 골치아퍼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어떤 문제가 자신이 뛰어들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수소문해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또는 해당 분야의 배경과 역사, 그리고 사례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으로 긴 여정의 첫 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로 취해야할 행동은 첫 걸음을 떼고나서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작게 접근하면서 큰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은 소셜이노베이터가 흔히 구사하는 이노베이션 전략이다. 이런 전략이 앞서 오바마를 당황스럽게 한 상황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면 어떻게 가능할까?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이 '질문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사진1] 질문자를 발견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코피 아난 당시 유엔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유엔 사무총장이었을 때 서울대를 방문해 '유엔과 한국의 관계'라는 주제로 공개특강을 한 적이 있다. 700여명이 넘는 인원이 가득찬 대강당에서 특유의 유머감각과 카리스마있는 언변으로 청중을 감동시킨 코피 아난이 질문을 받고 싶다며, 청중에게 '질문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 처럼, 대강당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15초가 지났을까? 질문자를 찾으며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면서 조금씩 당황스러워하는 코피 아난은 다행히 누군가 손을 든 것을 발견하고 검지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정확하게 가리켰다(사진1). 


[사진2] 코피 아난 당시 유엔사무총장에게 첫번째 질문을 던지는 한 참가자


첫번째 질문의 기회를 받은 그 사람은 바로... 였다.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질문을 한다는 생각에 긴장을 해서인지 나는 그 흔한 '강연 감사의 인사'나 자기 소개를 생략하고 곧바로 잘문을 던졌다. "UN 사무총장의 리더십에 대해 사무총장님은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고 싶습니까?" 그리고 '고맙다'라는 표현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순간 흥미로운 소재를 찾던 YTN 돌발영상팀에게그 장면은 너무나 좋은 소재였다. 졸지에 나는 당일 메인뉴스에 '오늘의 돌발영상'으로 소개됐다(사진2). 당시 모든 사람이 수 많은 질문을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하필 내가 첫번째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 보다 정확히는 첫번째 질문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나는 어디에서 얻었을까?



모든 수업마다 반드시 첫번째 질문을 

그 해프닝이 있기 1년 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국제대학원 첫 학기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확인하고 두번째 학기를 기다리는 시점에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다. 일기에 "대학원 수업이 생각했던 것같이 쉽지 않다. 영어 원서들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으니 짜증도 나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고 적었던 날도 있었다. 똑같은 대학원 생활이 반복되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어보기 위해 결심한 것이 있다. 그것은 '2학기에는 모든 수업마다 항상 첫 질문을 하도록 해보자'였다. '자신감 넘치는 대학원 생활'이라는 과제는 내게 너무 큰 목표였기에, 일단 '수업시간에 첫번째로 질문하기'라는 작은 목표를 설정했다. 


대개의 경우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질문있나요?'라고 물으면 평균 10초정도의 침묵이 있었다. 나는 그 10초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첫번째 질문이 있은 다음부터는 질문에도 경쟁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질문이 없더라도 일단 손을 들었다. 질문보다는 '손을 드는 행동' 그 자체가 '자신감있고 후회하지 않는 대학원 생활'을 이루기 위해 내가 이루어야할 '작은 목표'였다. 매 수업마다 첫번째 질문을 휩쓸어가면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는데, 2학기 성적이 그 변화의 열매였다. 모든 과목에 A+를 맞은 것이다. 입학 때는 아무런 장학금도 받지 못했지만, 3학기부터는 단 1명에게 수여되는 전액장학금을 받기 시작했다. 


코피 아난에게 서울대에서 '큰 질문'을 던지기 전 나는 무수히 많은 '작은 질문'을 던졌다. 1년 반 동안 모든 수업은 물론이고 외부에서 내가 참여했던 포럼이나 세미나에서도 가급적 질문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 '작은 목표'가 쌓이고 쌓이니, 그 전에는 결코 내가 도전할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큰 목표'도 크게 두려워지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결코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코피 아난이든 오바마든 내가 만나고 싶은 기회가 왔을 때 선뜻 팔을 내밀어 붙잡는 것도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코피 아난에게 첫번째로 질문할 용기를 내가 어떻게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이제 풀렸을 것이다. 그 공식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기회에서의 첫번째 질문 전에 비공식적이고 편한 공간에서 셀수 없이 많은 첫번째 질문을 연습했기 때문이다. 큰 기회에 앞서 작은 기회가, 큰 도전에 앞서 작은 도전이 필요하다. 



당신도 손을 들 수 있습니까?

소셜이노베이터는 큰 행동에 앞서 필요한 작은 행동의 가치와 의미를 아는 사람들이다. 현란한 무대에서의 멋진 공연을 위해 우리는 연주자가 무대 뒤와 밖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자잘한 연습과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소셜이노베이터는 무수히 많은 작은 행동의 언덕을 넘어, 큰 행동이라는 산에 이르른다. 모든 상황과 맥락이 우리에게는 작은 행동을 취할 기회이다. 일단 손을 들어보아라. 손도 들어본 사람이 계속 들게 된다. 소셜이노베이터의 시작은 크게 시작되지 않는다. 소셜이노베이터는 작게 시작한다. 



* 이로써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연재의 1부를 마쳤습니다. 2부는 저의 유엔에서의 경험과 관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전체 글은 총 12부~15부까지 기획되었습니다.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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