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9]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2부 유엔에서 바라본 세계 

2) 일상에서 의미를 검색해주는 키워드가 있는가 




<쓰면 이루어진다>라는 책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머리 속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날짜와 함께 글로 표현해보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물론 쓴다고 그대로 이루어지는 법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고민과 열정이 있어야만, 구체적으로 펜을 가지고 쓸 수 있는 희망사항도 존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글로 구체화된 목표는 우리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그렇지 않을 경우 일상 생활에서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정보나 기회를 포착해낼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고 한다. 인터넷에 수 많은 정보가 있지만, 우리가 특정한 키워드로 검색하기 전에는 이러한 정보는 '의미없는' 사실에 불과하다.



키워드가 있으면 일상의 경험이 달라진다

예전에 스토리텔링이라는 주제를 '키워드'로 밀도있는 연구와 관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내 관점은 '이야기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어떻게 주는가?'였는데, 어느날은 횡단보도에 서있다가 기가막힌 현수막을 발견했다. 광고 현수막이었는데, 커다란 글자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당신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곳'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이곳은 과연 어떤 회사, 어떤 제품, 어떤 서비스일까? 그곳은 비뇨기과 병원이었고, 광고는 남성의 자신감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수술에 대한 것이었다. '새로운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갈망하는 누군가가 아무런 방비 없이 이런 광고를 봤을 때, '새로운 인생'을 구입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할 확률은 상당히 높다. 이는 제품이나 상품의 특징이 아닌, 그것이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의 관점(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전형적인 광고의 특징이다. 과거에도 이런 유사한 현수막을 봤었지만, 내 관심과 주의를 끌지 못했다. 그런데 왜 현수막에 내가 집중했을까? 해당 키워드를 내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가지 키워드를 만들다

'국제'라는 단어는 무척 모호한 개념이었기에 나는 보다 구체적으로 국제라는 방향을 글로, 그리고 가능한 목표 단위로 써보기로 결정했다. 언제라도 쉽게 눈에 띄도록 일기장에 노란색 포스트잇을 붙이고 3가지 희망사항을 기록했다. 첫째는 '뉴욕의 유엔본부 인턴십에 합격하기'였고, 둘째는 '뉴욕 유엔본부에 가기 위해 필요한 항공료를 장학금으로 받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턴십이 끝난 후에 경험을 나누는 대중강연에 참여하기'였다. 가능성이 있던 없던 이렇게 글로 표현해보니 '국제'라는 모호하고 커다란 방향만이 존재했던 내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가 명확해졌다. 


사실 이러한 희망사항은 그냥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의 방향과 바램, 그리고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이해한 다음, 상상력을 버무리고 용기를 가져야하기 때문이다. 소셜이노베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문제의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해결을 위해 달려가는 소셜이노베이터에게야말로 구체적인 키워드를 뽑아내고, 오늘부터 30일 이후까지 그리고 1년 동안 '불가능하지 않고 도전이 가능한' 세부목표를 글로 써보는 것은 일종의 '준비운동'과 같다. 통상 소셜이노베이터는 행동에 강하고, 일단 뛰어들면서 배우는 경향이 있지만, 잠시 침착하게 목표를 세우는 것은 행동을 방해하는 거추장스러운 의식이 아니다. 보다 큰 점프를 위해 몸을 웅크리는 준비라고 할까. 


3가지의 희망사항은 그후 어떻게 됐을까? 희망사항을 적으면서 정확한 날짜를 기록했다. 날짜를 기록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이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행동이다. 신기하게도 3가지 희망사항은 1년안에 모두 이루어졌고, 각각의 희망사항 옆에 그것이 실현된 날짜를 나는 기록해두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를 글로 썼더니 신기하게 이루어졌다'는 <시크릿>과 같은 책의 비밀스러운 접근이 아니다. 소셜이노베이터와 시크릿 신봉자와의 커다란 차이점은 전자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때로는 환경을 바꾸는 행동에도 적극 나서는 반면, 후자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신비롭게 이루어지도록 환경과 운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내게 첫번째 목표인 유엔인턴십 합격은 2년에 걸쳐 지원했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앞서 연재글에서 언급했듯이 내게 어깨를 빌려 준 '거인멘토'였던 박수길 대사님의 배려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연히 대사님과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요즘 고민과 앞으로의 진로를 이야기하다가 유엔인턴십 기회를 얻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엔인턴십이 내게 하나의 키워드이자 명확한 목표가 아니었다면, 굳이 대사님과의 만남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낼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대사님의 배려라는 선물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목표인 장학금의 기회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석사논문으로 유엔 관련 논문을 쓴 기여로 유엔한국협회에 연결되어 소정의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인천에서 뉴욕까지 왕복 항공권을 사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그리고 6개월의 뉴욕 유엔본부에서의 인턴십과 컨설턴트 경험이 끝난 후 나는 초청을 받아 모교에서 내 인생의 첫 대중강연을 하게 됐다. 



소셜이노베이터에게는 자신만의 키워드가 있다 

지금도 가끔 나는 항상 휴대하며 기록하는 '몰스킨' 메모장에 포스트잇을 붙인다. 포스트잇에는 새로운 키워드들이 기록된다. 키워드들은 내 평범한 일상과 환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있는 정보와 이야기를 '검색'해준다. 소셜이노베이터에게는 이러한 키워드들이 많다. 키워드는 구체적인 목표를, 구체적인 목표는 내가 만나야할 사람과 방문해야할 장소, 그리고 시작해야할 작은 행동을 가리킨다. 오늘 여러분의 포스트잇에는 어떤 키워드가 있는가? 




연재글 시리즈 바로가기



2부 유엔에서 바라본 세계 


[연재8]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내가 경험한 문제에서 시작하면 지치지 않는다)



1부 국제활동가로서의 첫 걸음 


[연재7]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큰 행동에 앞서 작은 행동을 반복하라)


[연재6]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


[연재5]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내면의 비이성적인 소리가 들릴 때)


[연재4]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누구나 자신의 경계가 있다)


[연재3]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연재2]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연재1] 어떻게 하면 소셜이노베이터가 될 수 있나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소셜앙터프러너 단호비전 Trackback 0 : Comment 0

댓글을 달아 주세요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 928 next